Firenze - Porta del Paradiso EP6

Contest of 'Porta del Paradiso'

<34 킬로그램 네 개의 청동판으로 창세기에 나오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희생양으로 바치는 장면을 형상화 할 것. 높이 43cm에 폭 33cm 규격의 장식판 모형을 일 년 안에 완성하여 공모할 것 - 출처 : 브루넬레스키의 돔, 로스 킹>
1. San Giovanni's Goldsmiths - Filippo Brunelleschi

<Filippo Brunelleschi>

피포라는 애칭으로도 불렸던 브루넬레스키...
피렌체의 공증인이었던 브루넬레스키의 아버지는 (세르 브루넬레스키 디 리포 라포) 아들이 자신의 대를 이어 가업을 물려 받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어릴적부터 기계를 다루고 고치는데 재주가 있던 아들을 위해 지인 (베닌카사 로티)이 운영하던 공방에 도제로 들여보내 금 세공 일을 배우게 합니다.
 

중세 시대에 가장 각광받던 직업이 금 세공사이기는 했으나 일의 특성상 유황이나 납 등의 유독물을 다루고, 한 여름에도 용광로 앞을 벗어날 수 없고 상습 침수 구역으로 악명이 높았던 산타 크로체에 공방이 위치해 있는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브루넬레스키는 1398년, 스물 한살의 나이로 어엿한 정식 금 세공사가 됩니다. 피렌체에서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브루넬레스키는 피스토이아에 머물며 다른 화가들과 함께 그 곳 대성당의 제대 장식 공사를 벌이고 있었으나, 공모 소식을 듣고 피렌체로 돌아오게 됩니다.

2. Lorenzo Ghiberti

<Lorenzo Ghiberti - 출처 :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

브루넬레스키의 평생의 라이벌로 알려져 있는 로렌초 기베르티는 "치오네 부오나코르소"라는 난봉꾼의 아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설에는 금 세공사였던 "바르톨루치오 기베르티"의 사생아 였다는 소문이 있음). 기베르티는 세례당 청동문 공모당시 바르톨루치오의 공방에서 도제 수업을 받으며 금 세공사의 제작을 거드는 수준으로 금 세공사로서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400년에 흑사병이 발병했을 당시 기베르티는 아드리아 해 연안의 리미니에서 금세공이 아닌 벽화를 그리는 일을 했으나 세례당 청동문 제작 공모 뒤 일년 후 피렌체로 돌아오게 됩니다.

3. Brunelleschi and Ghiberti
피렌체로 돌아온 두 사람은 제작 공모에 따라 아브라함과 이삭이라는 주제로 모형 제작에 들어가게 되는데, 두 사람의 작업 방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창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의 개념이 없었던 시절, 많은 건축가와 예술가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용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암호를 사용하거나 혼자 작업하는 것을 고수했고 브루넬레스키가 이런 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기베르티는 이와는 정반대로 다른 화가와 조각가들의 조언을 구하며 작업했고, 그 조언자 중에는 심사 위원단에 소속되어 있는 이가 적지 않았습니다. 또한 모형 제작의 마무리는 기베르티가 아닌 바르톨루치오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4. Bronze Model of Brunelleschi and Ghiberti
<Filippo Brunelleschi - 이삭의 희생>

<Lorenzo Ghiberti - 이삭의 희생>

5. Ghiberti's Victory
청동문 공모 경쟁에서 심사 위원단의 선택은 로렌초 기베르티였습니다. 어떤 예술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그 시대적 상황 및 역사적 배경에 따라 심사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으나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브루넬레스키의 작품이 당선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산 조반니 세례당의 청동문 공모의 목적은 피렌체의 구원에 있습니다. 흑사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아무리 기도를 하고 세균을 죽이기 위해 유황을 태워도 죽음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90%가 넘는 치사율로 인해 가족이 전염되게 되면 남은 가족은 그 사람을 버리고 도망갈 수 밖에 없었고 금융업의 파산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적군의 포위로 인해 도시 전체가 고립된 상태였습니다.

이런 절망의 시기에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이 구원되는 것처럼 피렌체의 기적을 바랬던 것이 청동문의 공모 계기였습니다. 이런 공모 목적과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볼 때, 이삭의 온 몸이 뒤틀려 있고 아브라함의 손에 들린 칼이 이삭의 목에 다 들어간 듯한 상황에서 황급히 하늘의 천사가 아브라함을 막는 역동적인 브루넬레스키의 작품이 피렌체의 구원을 잘 반영했다고 생각합니다. 기베르티 작품에서의 이삭은 마치 그리스, 로마 신전에서 볼 수 있는 우아한 신상을 연상시키며, 절체 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빠져있는 듯한 모습은 그리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이 공모에서 브루넬레스키가 패배함으로 인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거대한 돔을 완성시키는 천재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지만, 브루넬레스키의 작품이 당선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Episode Comp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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